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국내도서
저자 : 전혜린
출판 : 민서출판사 2002.01.10
Analysis of author Jeon Hye-rin 'And I didn't say anything' Essay Korean Literature.
(과거 학생 때, 대학교 과제로 작성한 글 입니다.)
전혜린 수필 분석.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를 중심으로.
목차.
1. 전혜린 작가에 대하여.
2. 작가의 수필 특징.
3. 작가의 수필 분석.
4.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수필문학사에서 갖는 의의.
1. 전혜린 작가에 대하여.
· 1934년 (평안남도 순천) 출생.
· 뭔헨대학교 독문학과 학사.
· 서울대학교 강사.
·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 성균관대학교 강사.
· 1965년 32세에 사망.
- 전혜린 작가 생애
· 조선총독부의 고급관리였던 아버지 밑에서 성장. 아버지에게 평범해서는 안 된다는 정신 교육을 받음. 자신의 삶을 초극하기 위한 처절한 고투가 그녀의 삶의 바탕이 됨.
·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 21세에 독일 ‘뮌헨’으로 유학을 떠나 문학과 철학을 공부. ‘뮌헨’에서 결혼 및 출산.
· 1959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서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에서 강의를 맡고 번역 일을 함.
· 1964년 남편과 이혼. 1965년 김승옥, 이호철 작가와 함께 술을 마신 후 귀가 한 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 그녀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고사’나 ‘심장 마비’로 인한 ‘자연사’로 추정.
· 그녀가 죽기 며칠 전에 썼던 편지, “내가 원소로 환원하지 않도록 도와줘!....(중략).... 나도 생명 있는 뜨거운 사람이고 싶어. 가능하면 생명을 지속하고 싶어. 그런데 가끔 그 줄이 끊어지려고 하는 때가 있어. 그럴 때면 나는 미치고 말아....(중략).....나를 살게 해줘” 라고 쓰여 있었다고 함.
· 그녀의 ‘에세이’와 ‘글’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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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혜린 작가의 수필의 특징.
· 전혜린은 유년기부터 아버지를 모범으로 삼으며 경외하였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성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을 그녀의 무의식의 깊은 곳에 가지고 있었다.
· 유년기부터 평범하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 전혜린 작가. ‘주부’, ‘어머니’, ‘아내’라는 여성의 인습적 역할에 안주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 전혜린은 당대의 암울한 가부장적 현실 속에서 자신이 만든 ‘폐쇄적 인식의 틀’ 속에 갇혀있었다. 때문에 자신만의 삶을 향한 그녀의 힘겨운 노력은 역설적으로 전쟁 후 근대성 지향의 또 다른 하나의 좌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 전혜린 문체의 특징은 ‘일상적 소재’를 서두로 쓴다고 해도, 이것을 ‘추상적’, ‘관념적’ 표상으로 ‘전이’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구체적인 ‘정치’, ‘테마’가 언급되어도 내적 심리적 동기에 의하여 이내 ‘추상성’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전혜린은 ‘8.15 광복’과 ‘6.25 전쟁’을 모두 겪은 작가이다. 당시의 지식인들의 의견은 억압되고 끊임없이 방해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어둡고 어지러운 현실은, 지식인들을 필연적으로 ‘역사적’, ‘사회적’ 현실로부터 ‘관념적 세계’로 도망치게 한 것 이다.
3. 작가의 수필 분석.
(1) 긴방황
(2) 먼 곳에의 그리움①
(3) 먼 곳에의 그리움②
(4) 밤이 깊었습니다
(1) 긴방황
● 원문
노을이 새빨갛게 타는 내 방의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운 일이 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였다.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울었고 그것은 아늑하고 따스한 기분이었다. 또 밤을 새고 공부하고 난 다음날 새벽에 느꼈던 생생한 환희와 야성적인 즐거움도 잊을 수 없다. 나는 다시 그것을 소유하고 싶다. 완전한 환희나 절망, 그 무엇이든지....격정적으로 사는 것,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 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무튼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도 끔찍한 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나는 생을 사랑한다. 집착한다.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 귀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해석
· 작가는 노을을 보다가 울었던 경험과, 밤새 공부한 경험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격정적이거나 뜨겁게 살았던 삶을 ‘다시 소유하고 싶다’라는 표현을 통해 그리워하고 있다.
· 결론적으로 뜨겁고 격정적으로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사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삶을 사랑한다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산다는 것을 ‘끔찍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 문장을 통해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이나 삶에 대한 시각은 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생을 더 사랑하고 집착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작가가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내비치고 있다.
(2) 먼 곳에의 그리움①
● 원문
그것이 헛된 일임을 안다. 그러나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무시무시하도록 나를 압도시키는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기적’이 일어날 것을 나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모험 끝에는 허망이, 여행 끝에는 피곤만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잘 안다.
해석
· 이 글을 통해 작가는 일상의 평범함에서 벗어난 ‘새롭고 극적인 삶’을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의 이탈은 일시적일 뿐, 삶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다.
·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문장은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과 기대’,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는 슬프지만, 그 기대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일상의 속된 삶을 벗어나고 싶은 동경과 기대는 비록 이루어지지 못한다 해도, 그것에 대한 그리움이 슬프지만 아름답게 남아 있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것’에 있다는 생각이다. 즉 이 문장은 ‘동경과 기대’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3) 먼 곳에의 그리움②
● 원문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고 싶은 갈망, 바하만의 시구(詩句)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떠나고 싶은 것이다. 먼 곳에의 그리움(Fernweh)!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텅 빈 위(胃)와 향수를 안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은 곳이 아닌 다른 곳,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
해석
· 이 문단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작가의 소망이 담겨 있다. ‘식탁’이라는 것은 가족과 함께 음식을 먹는 공간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가족’, ‘일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는 치장 없이 자유로운 상태를 비유한 표현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표현 되어있다.
· 독일어로 ‘Fern’은 ‘먼, 먼 곳의, 낯선 곳’의라는 뜻이며, ‘weh’는 ‘슬픔, 고통’ 또는 그러한 감정을 나타내는 ‘감탄사’이다, 따라서 ‘Fernweh’는 낯선 먼 곳으로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의 고통을 나타내며, 이를 ‘먼 곳에의 그리움’으로 표현하였다.
·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현재의 삶에 권태를 느끼는 듯, 뉘앙스를 보이는 문장이다. 작가는 그 어떤 것으로 부터의 구속에서 벗어난 완벽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4) 밤이 깊었습니다.
● 원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밤! 허무와 비애와 추위와 기아만이 지배하고 밤의 마력의 권외에 놓인 부록 같은 밤!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많이 갖게 될지 모르는 소망되지 않는 밤, 견디는 것이 전부인 밤…. 이런 밤은 정말로 우리를 미치게 합니다. 자기가 한 일, 안 한 일에 대한 후회 그리고 모든 것을 일어난 그대로 있는 그대로 놓아 둘 수밖에 없고 교정이 불가능(不可能)한 것을 깨달은 데서 오는 늪 속 같은 쓰디쓴 비애. 이런 밤입니다.
해석
· 수필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존댓말’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읽는 이를 생각하고 쓴 글인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 무기력하고 괴로운 사람들에게 ‘밤’이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고 있다. ‘소망되지 않는, 견디는 것이 전부인, 교정이 불가능한’ 같은 ‘직설적’, ‘부정적’ 표현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을 ‘늪 속 같은 쓰디쓴 비애’ 라고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수필 문학사’에서 갖는 의의.
· 수필집『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광복 이후 50년간의 베스트셀러에서 ‘1960~197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현재까지도 재판을 거듭하며 판매되고 있다.
· "진정한 ‘교양주의’의 시대였던 1960년대"의 ‘문화 아이콘’이었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 ‘4.19’, ‘5.16’을 거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진 상태였다. 때문에 1950년대 후반부터 ‘교양’은 한국 문화계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특히 1960년대 교양의 지향점은 ‘서양’이었고, 때문에 본래적 자아와 자유를 핵심 명제로 하는 ‘실존주의’를 매개로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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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혜린 작가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주된 내용은 유년 시절부터 독일 유학 생활에 이르기까지 ‘절대적 지식’, ‘자아’, ‘자유’를 열렬히 추구 하였다. 삶의 추구를 ‘전혜린 작가의 삶의 경험’을 이용하여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강력하게 호응했다.
· 특히 전혜린 작가는 당시 남성들이 요구하던 여성 교양과는 전혀 다른, 주체적인 교양을 추구하고 실천했다. 그래서 작가는 더욱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1950-60년대의 여성들에게 요구되었던 교양은 남성들에 의해 외부로부터 주어진 "문화적 교양, 예술적 교양, 서구적 교양, 예의 등이었으며" 그것은 지식의 축적과는 상관없이 일상 속에서 소비되는 성질의 것이었다.
· 그러나 작가는 당시 여성에게 요구되는 교양 있는 현모양처가 아닌, 강력한 지식욕의 자기 충족을 위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교양인으로 등장했다. 그녀가 추구한 것은 ‘절대적 지식’이었으며 그것을 반영하듯 수필집 속에 그려진 그녀의 독일 유학 생활은 지식에 대한 갈망과 반항적이나 순수한 독일 대학의 삶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 여기에 현실의 전혜린 작가 역시 독일에서의 학업을 마치고(1955-59) 귀국하여 강의와 함께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1959- 1965)하는 구체적 실천을 보여줌으로써 명실상부 교양의 ‘자기 재현적’ 본보기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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